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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겨울여행-승부역

세상한가득 2011. 11. 20. 10:24

환상의 하늘 끝 간이역-경북 봉화 승부역

"승부역은
 하늘도 세평이요
 꽃밭도 세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

  승부역사 앞에 서 있는 비석에 적힌 글이다.


   하늘도 땅도 세평이라는 이 조그만 마을에서 처음 마주친 간이역은 한겨울의 추위를 포근하게 감싸 주었으며 그 기억은 지금도 잊지 못하고 정겹게 다가오는 것은 나만이 느껴보는 감정은 아니리라!

  환상의 눈꽃열차
  청량리역을 출발하여 추전을 지나 승부역으로 향하는 기차는 하늘 끝으로 끝없이 달리고 있었다. 흰 눈이 휘날리는 차 창가엔 온 대지가 하얀 구름에 잠기고 나는 은하수를 타고 꿈나라고 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승부역이란다.
  평행선 철로길만 속살을 내 보인 채 하얀 눈으로 뒤덮인 간이역은 너무나 환상적이었다.
  기차가 아니면 갈 수 없다는 하늘 끝 마을
 이렇듯 승부역은 하늘이 아무도 찾을 수 없도록 첩첩산중에 꼭꼭 숨겨 놓은 곳이었으며 산골오지의 소박함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오직 역사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산이고 울창한 숲이며 계곡뿐이었다.

   기차를 보내고 철로를 따라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걸었다.
   기차가 떠나면 승부역은 고요한 정적 속으로 잠긴다. 겹겹이 얼어붙은 강물은 소리 없이 흐르고 있고 까마귀 떼의 울음소리만 처량하게 들려올 뿐이다.

   외로워진다. 삭막한 대지위에 나 혼자만이 남아 있다는 고독함이 짙게 다가온다.
나는 계속 걸었다. 고독의 인내를 차곡차곡 쌓으며 새로운 삶을 위해 기인 터널을 통과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그냥 무작정 걷기만 했다.

   오후 2시가 안된 시간에 해는 벌써 산 넘어 몸을 감추려 하고 있다.
   세찬 바람이 겨드랑 사이로 파고든 시각에 마지막 손님으로 승부역 개찰구를 나온 그날의 겨울 여행을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아련한 추억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렇듯 하늘끝에 자리하고 있는 환상의 간이역인 승부역을 찾아 찌든 도심지에서 쌓인 시름도 달래보고 멋진 추억도 한번 만들어 보면서 이번 겨울을 맞이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