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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지금 ‘똑똑하게 일하기’ 열풍
세상한가득
2010. 8. 25. 13:42
재계는 지금 ‘똑똑하게 일하기’ 열풍
웰컴 ‘Work Smart’ 굿바이 ‘Work Hard’
이코노믹리뷰 | 입력 2010.08.25 09:55 | 수정 2010.08.25 11:00
"업무에 창의력 접목해야 글로벌 경제전쟁 뚫는다"
스마트오피스·모바일 근무로 효율·생산성 배가
최근 삼성전자 최지성 사장은 "똑똑하게 일하는 직원이 더 많은 혜택을 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세계적인 철강기업 포스코의 정준양 회장도'워크 스마트(Work Smart)'를 화두로 제시해 큰 관심을 끌었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앞다퉈 임직원에게 일하는 방법과 사고방식을 창조적으로 바꾸라며 '워크 스마트'를 강조하고 있다. 선진기업으로 가기 위해 워크 스마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열심히 일하는 문화(Work Hard)만으로는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다. 재계에 불고 있는 '워크 스마트' 열풍 속으로 들어가 본다.
지난 4월 취임한 민창기 하이리빙 대표는 '스마트폰 경영'을 하는 대표적인 최고경영자(CEO)다. 고객의 목소리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직접 듣고 상품 개발, 마케팅에 반영하기 위해 전국의 영업 현장을 수시로 방문, 스마트폰으로 즉시 해결한다.
민 대표는 출근하면서 제일 먼저 스마트폰을 통해 메일을 확인한다. 전날 체크하지 못한 결재 서류나 업무 보고를 확인하고 실무자들의 업무에 차질이 없는지 보고를 받는다.
PC나 노트북을 열어볼 수도 있지만 자투리 시간이라도 아끼려면 스마트폰이 최고란다. 직원들도 긴급한 업무는 메일로 보고한다.
민 대표가 본사로 출근할 때는 실무자에게 직접 지시가 가능하지만 이동 중이거나 지방 출장 중에는 평소보다 더 자주 메일을 확인해 결재가 되레 빨라졌다며 대환영이다.
1주일에 2~3일을 지방에서 보내는 민 대표의 스케줄을 감안할 때 결재를 기다리느라 버려야 하는 시간이 확 줄어든 것이다.
메일 확인이 끝나면 트위터에 접속해 팔로우들의 글을 보면서 리트윗을 하거나 다이렉트메일을 날린다.
민 대표의 트워터는 회원(고객)들의 아이디어와 의견들을 접수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트위터를 활용하는 다른 CEO들과 달리 업무용 성격이 강하다. 200여 명이 넘는 팔로우들도 대부분 회원들과 직원들이다.
민 대표는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현장의 목소리나 생생한 아이디어를 지금의 반도 반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스마트폰으로 또 다른 임원 한 명이 해야 할 일을 혼자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하다"고 스마트폰 예찬론을 펼쳤다.
작년 말 아이폰을 시작으로 스마트폰의 국내 도입이 본격화하면서 우리 생활, 우리 기업의 패턴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워크 스마트(Work Smart)'다. 하이리빙의 경영도 '워크 스마트 경영'의 일환인 셈이다.
'워크 스마트'는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일하는 방식이다. 종전에 정해진 장소, 정해진 시간에 따라 일을 했다면, 앞으론 사람의 스케줄에 따라 일이 따라 다니는 것이다.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아 장점
일하는 사람이 집에 있다면 집, 버스에 있다면 버스, 지하철에 있다면 지하철에서 일처리를 하게 된다. 노트북을 꺼내려고 허겁지겁 서두르지 않아도 되고, 부팅을 위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도 없어진다.
재택근무, 모바일근무, 스마트오피스 등 직장인들이 할 수 있는 업무 형태는 어느 것이라도 '워크 스마트'에 맞출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해지고 있다.
컴퓨터 통신, 인터넷 등으로 빠르게 진일보한 우리 일상과 기업 환경이 스마트폰이란 '똑똑이' 앞에서 또 한 번의 '진화'를 꿈꾸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워크 스마트'는 일의 효율, 생산성 향상 등으로 연결되고 있다. 똑똑이들의 활용도를 돈으로 환산하긴 어렵지만 기업과 소비자간 거리감을 좁히는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농심그룹 사옥에 들어가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벽과 문이 없는 농심사옥
현대식으로 지은 웅장한 외형은 고급 호텔을 방불케 할 만큼 잘 치장돼 있다. 1층 로비도 깨끗한 대리석에 고급스런 소파가 방문객들의 마음을 한껏 '업' 시킨다.
그런데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로 들어가면 왠지 모를 어색함이 몰아친다. 뭔가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느낌이랄까.
농심 사무실엔 없는 게 있다. 의아하게 들릴 진 모르지만 바로 벽이 없다. 벽이 없다보니 문이 없고, 문이 없다보니 파티션도 없다.
'창의와 도전'을 강조하는 신준호 농심그룹 회장의 뜻이 건물에 담겨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농심은 지난 1996년 창립 30주년을 맞아 신대방동에 신사옥을 마련했다. 신 회장이 1966년 처음 농심을 세웠던 그 자리에 새로운 건물을 지으며 30년 만에 금의환향(錦衣還鄕)한 것이다.
그러면서 흩어져 있던 계열사와 영업부서들을 '신대방'으로 끌어 모았다. 생산부서를 제외한 4500여 명의 농심 직원이 한자리에서 근무할 수 있는 공간을 완성했다.
그러면서 강조했던 것이 '창의적인 도전'이다. 사옥을 지으면서 벽과 문이 없게 설계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농심의 창의적 도전은 '소통과 비움'의 철학에서 출발한다.
문과 벽이 없으니 각 부서끼리 자연스럽고 빠르게 의사를 소통하고, 속을 비워 신선한 아이디어나 기획 등 새로운 것을 채우자는 철학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오찬근 농심 홍보팀 부장은 "아이디어는 비우는데서 나온다. 좋은 기획도 비워야 나온다"며 "골방에서는 아무것도 안 된다는 것이 회장님의 뜻이자 회사의 마인드"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소통과 비움의 철학이 경영에서도 빛을 발했는지, 농심은 새 사옥으로 옮긴 뒤 식품업계 '빅3', 국내 전체기업 '빅100'에 이름을 올리는 저력을 발휘했다.
포스코 회장의 1쪽짜리 보고서
포스코의 정준양 회장은 '워크 스마트' 신봉자로 유명하다. 1975년 포항종합제철의 평직원으로 입사해 포스코 광양제철소 부소장, 포스코건설 사장 등 현장과 관리직을 두루 거치며 '똑똑함의 미학'을 평소 터득한 덕분이다.
정 회장은 작년 9월 부서별 그룹 리더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예상 밖의 메시지를 던져 직원들을 놀라게 했다.
"일상 업무에 스마트폰 기술을 도입하고 이메일 보고를 활성화합시다. 권한 위임 등을 통해 일하는 방식을 바꿔보면 어떨까요. 책상 없는 사무실, 재택 근무 등도 생각해 봅시다."
정 회장의 말을 들은 직원들은 전율을 느꼈다. 젊은 사람도 아니고 산전수전 다 겪은 최고경영자의 입을 통해 '스마트폰' '재택근무'라는 말이 나왔다는 자체를 두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포스코가 '워크 스마트'의 일환으로 가장 먼저 시행한 것이 '1쪽짜리 보고서'다. 직원들의 하루 업무 시간 중 1/3 이상이 문서 작성에 매여 있기 때문이란 이유가 붙었다.
정 회장은 보고서 작성에 '3스텝(step)과 3S 원칙'을 제시했다. '3스텝'은 1쪽짜리 보고서를 세 부분으로 나눠 첫 부분에는 보고 목적과 핵심 결론, 두 번째는 결론의 이유, 세 번째는 향후 계획을 담게 했다.
3S는 '표현을 짧게하라'는 'short' '이해가 쉽게 하라'는 'simple' '뜻을 명확하게 하라'는 'specific'을 강조했다.
포스코는 작년 11월부터 임원과 외근이 잦은 마케팅 직원 등에게 모두 1500대의 스마트폰을 지급했다.
포스코 이상춘 홍보팀장은 "올 2월 스마트폰을 지급받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3개월 간의 업무 효과를 조사한 결과 신속한 의사 결정과 즉각적인 정보 획득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얻었다"며
"중간관리자와 일반직원에도 지급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포스코 직원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타사 제품과 다른 점이 있다. 출장, 근태, 비용 결제가 가능하도록 애플리케이션을 보충해 말 그대로 언제 어디서나 업무 결제가 가능하다.
최근 포스코는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있다. '스마트 제철소'를 만들기 위해 유무선 통합망을 시범 구축하고 지난 6월 현장 근무자를 대상으로 2700여 대의 스마트폰을 지급하며 제철소 운전과 정비 통합 시스템을 시범 가동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는 이와 함께 모바일 오피스 확산을 위해 오는 9월 말까지 1만6000여 대의 스마트폰을 전 임직원에게 제공하는 등 모바일 오피스 개념을 넘어 효율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스마트한 사무공간과 제철소를 만들 계획이다.
이 팀장은 "운전 정비 통합시스템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갖고 현장에 붙어 있는 RFID 태그를 스캔하면 해당 설비에 대한 점검내용이 표시되고, 점검 결과 역시 현장에서 해결할 수 있다"며 "이를 활용하면 약 30%의 업무 단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석채 KT회장, '스마트경영' 시동
KT 이석채 회장은 취임 초기 '스피드 경영'을 강조했다.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일처리를 스피드하게 하란 뜻이다.
그래서 KT가 도입한 게 '화상회의 시스템'이다. 회장실은 물론, 사업부서 임원, 전국 42개 지역 마케팅과 법인 등 주요 임원실에는 어김없이 화상 시스템이 설치됐다.
덕분에 KT는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였다. 산출 비용만 연간 130억 원 이상이다.
출장으로 드는 비용 약 44억 원은 줄이고, 업무생산성은 높아져 40억 원을 벌었다. 여기에 국내 회의 중 20%를 화상회의로 대체함으로써 연간 25만 톤의 탄소 배출을 줄임으로서 53억 원가량의 비용을 감소시켰다.
'스피드 경영'이 강조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마트 경영'에도 탄력이 붙었다. 워크 스마트 바람이 기업의 스마트 경영으로 발전하는 형국이다.
KT '스마트 경영'의 시발은 'KT 피디아(Pedia)'다. 'KT 피디아'는 2009년 1월 이 회장이 취임하면서 "부서 간의 벽을 없애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자는 뜻"에서 제창했던 말이다. 이 회장은 미국의 온라인 영어사전인 '위키피디아(wikipedia)'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한다.
'KT 피디아'는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직원에게 실용적인 업무 방식을 가르쳐 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회계를 모르면 아는 직원이 댓글을 통해 회계 매뉴얼을 제공하고, 법을 모르면 같은 방식으로 다른 직원이 필요한 메뉴를 제공했다.
이 회장의 아이디어는 크게 히트를 쳤다. KT 관계자는 "직원들이 업무 수행을 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나 제안사항을 한데 모아 'KT idea wiki'를 만들었는데 운영 3달 만에 제안건수 1만2000건, 조회 수는 47만 건을 넘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전 영업점 화상으로 연결
우리은행은 지난 4월부터 해외점포를 포함한 전 영업점을 화상으로 연결해 회의를 갖고 있다. 이를 통해 각 영업점과 본사가 음성, 문자, 자료 등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은행의 화상회의 시스템은 인터넷이 연결된 PC와 PC카메라, 컨퍼런스폰 등 개인장비를 이용해 온라인으로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통합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회의 참가자들은 PC로 다양한 화면 분할과 다자간 음성 대화를 할 수 있다.
특히 각종 회의나 연수로 발생하는 국내외 출장 횟수와 비용을 줄이고 화상회의를 통해 그린IT경영을 추구함으로써 범 세계적인 저탄소 녹색성장에 동참하게 됐다고 우리은행 측은 자평했다.
홍현풍 IT지원부장은 "금융권에서 고비용의 장비와 전용회선으로 특정장소를 연결해 진행하는 화상회의는 있었지만 은행 내의 저비용 통신망을 활용해 전사적으로 도입한 것은 처음"이라며 "경비 절감 및 업무 효율성 증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평했다.
삼성 '자율출근제' 가정·직장 만족도 향상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그룹도 '스마트 경영'의 선두주자다. 1993년 이건희 당시 삼성그룹 회장은 직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조기 출퇴근제를 시행했다. 그러면서 "마누라를 빼곤 다 바꾸자"며 체질 개선을 촉구했다.
작년 삼성전자가 자율출근제를 시작했지만 이 회장이 지난 3월 현직에 복귀하면서 '자율출근제'는 전 사업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효율적인 업무로 똑똑한 성과를 올리라는 채찍을 가한 셈이다.
지난 4월 삼성전자에 처음 도입된 자율출근제는 삼성SDI, 삼성LED, 삼성코팅정밀소재에 이어 8월 삼성석유화학과 삼성BP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
'자율출근제'는 출퇴근 시간을 정하지 않고 개인의 계획에 따라 하루 8시간의 근무 규정만 지키면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율출근제는 가정과 직장에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는데 효과적"이라며 "업무의 집중도가 높고 창의적 업무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룹 전체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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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오피스·모바일 근무로 효율·생산성 배가
최근 삼성전자 최지성 사장은 "똑똑하게 일하는 직원이 더 많은 혜택을 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세계적인 철강기업 포스코의 정준양 회장도'워크 스마트(Work Smart)'를 화두로 제시해 큰 관심을 끌었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앞다퉈 임직원에게 일하는 방법과 사고방식을 창조적으로 바꾸라며 '워크 스마트'를 강조하고 있다. 선진기업으로 가기 위해 워크 스마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열심히 일하는 문화(Work Hard)만으로는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다. 재계에 불고 있는 '워크 스마트' 열풍 속으로 들어가 본다.
민 대표는 출근하면서 제일 먼저 스마트폰을 통해 메일을 확인한다. 전날 체크하지 못한 결재 서류나 업무 보고를 확인하고 실무자들의 업무에 차질이 없는지 보고를 받는다.
PC나 노트북을 열어볼 수도 있지만 자투리 시간이라도 아끼려면 스마트폰이 최고란다. 직원들도 긴급한 업무는 메일로 보고한다.
민 대표가 본사로 출근할 때는 실무자에게 직접 지시가 가능하지만 이동 중이거나 지방 출장 중에는 평소보다 더 자주 메일을 확인해 결재가 되레 빨라졌다며 대환영이다.
1주일에 2~3일을 지방에서 보내는 민 대표의 스케줄을 감안할 때 결재를 기다리느라 버려야 하는 시간이 확 줄어든 것이다.
메일 확인이 끝나면 트위터에 접속해 팔로우들의 글을 보면서 리트윗을 하거나 다이렉트메일을 날린다.
민 대표의 트워터는 회원(고객)들의 아이디어와 의견들을 접수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트위터를 활용하는 다른 CEO들과 달리 업무용 성격이 강하다. 200여 명이 넘는 팔로우들도 대부분 회원들과 직원들이다.
민 대표는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현장의 목소리나 생생한 아이디어를 지금의 반도 반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스마트폰으로 또 다른 임원 한 명이 해야 할 일을 혼자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하다"고 스마트폰 예찬론을 펼쳤다.
작년 말 아이폰을 시작으로 스마트폰의 국내 도입이 본격화하면서 우리 생활, 우리 기업의 패턴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워크 스마트(Work Smart)'다. 하이리빙의 경영도 '워크 스마트 경영'의 일환인 셈이다.
'워크 스마트'는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일하는 방식이다. 종전에 정해진 장소, 정해진 시간에 따라 일을 했다면, 앞으론 사람의 스케줄에 따라 일이 따라 다니는 것이다.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아 장점
일하는 사람이 집에 있다면 집, 버스에 있다면 버스, 지하철에 있다면 지하철에서 일처리를 하게 된다. 노트북을 꺼내려고 허겁지겁 서두르지 않아도 되고, 부팅을 위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도 없어진다.
재택근무, 모바일근무, 스마트오피스 등 직장인들이 할 수 있는 업무 형태는 어느 것이라도 '워크 스마트'에 맞출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해지고 있다.
컴퓨터 통신, 인터넷 등으로 빠르게 진일보한 우리 일상과 기업 환경이 스마트폰이란 '똑똑이' 앞에서 또 한 번의 '진화'를 꿈꾸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워크 스마트'는 일의 효율, 생산성 향상 등으로 연결되고 있다. 똑똑이들의 활용도를 돈으로 환산하긴 어렵지만 기업과 소비자간 거리감을 좁히는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농심그룹 사옥에 들어가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현대식으로 지은 웅장한 외형은 고급 호텔을 방불케 할 만큼 잘 치장돼 있다. 1층 로비도 깨끗한 대리석에 고급스런 소파가 방문객들의 마음을 한껏 '업' 시킨다.
그런데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로 들어가면 왠지 모를 어색함이 몰아친다. 뭔가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느낌이랄까.
농심 사무실엔 없는 게 있다. 의아하게 들릴 진 모르지만 바로 벽이 없다. 벽이 없다보니 문이 없고, 문이 없다보니 파티션도 없다.
'창의와 도전'을 강조하는 신준호 농심그룹 회장의 뜻이 건물에 담겨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농심은 지난 1996년 창립 30주년을 맞아 신대방동에 신사옥을 마련했다. 신 회장이 1966년 처음 농심을 세웠던 그 자리에 새로운 건물을 지으며 30년 만에 금의환향(錦衣還鄕)한 것이다.
그러면서 흩어져 있던 계열사와 영업부서들을 '신대방'으로 끌어 모았다. 생산부서를 제외한 4500여 명의 농심 직원이 한자리에서 근무할 수 있는 공간을 완성했다.
그러면서 강조했던 것이 '창의적인 도전'이다. 사옥을 지으면서 벽과 문이 없게 설계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농심의 창의적 도전은 '소통과 비움'의 철학에서 출발한다.
문과 벽이 없으니 각 부서끼리 자연스럽고 빠르게 의사를 소통하고, 속을 비워 신선한 아이디어나 기획 등 새로운 것을 채우자는 철학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오찬근 농심 홍보팀 부장은 "아이디어는 비우는데서 나온다. 좋은 기획도 비워야 나온다"며 "골방에서는 아무것도 안 된다는 것이 회장님의 뜻이자 회사의 마인드"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소통과 비움의 철학이 경영에서도 빛을 발했는지, 농심은 새 사옥으로 옮긴 뒤 식품업계 '빅3', 국내 전체기업 '빅100'에 이름을 올리는 저력을 발휘했다.
포스코 회장의 1쪽짜리 보고서
포스코의 정준양 회장은 '워크 스마트' 신봉자로 유명하다. 1975년 포항종합제철의 평직원으로 입사해 포스코 광양제철소 부소장, 포스코건설 사장 등 현장과 관리직을 두루 거치며 '똑똑함의 미학'을 평소 터득한 덕분이다.
정 회장은 작년 9월 부서별 그룹 리더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예상 밖의 메시지를 던져 직원들을 놀라게 했다.
"일상 업무에 스마트폰 기술을 도입하고 이메일 보고를 활성화합시다. 권한 위임 등을 통해 일하는 방식을 바꿔보면 어떨까요. 책상 없는 사무실, 재택 근무 등도 생각해 봅시다."
정 회장의 말을 들은 직원들은 전율을 느꼈다. 젊은 사람도 아니고 산전수전 다 겪은 최고경영자의 입을 통해 '스마트폰' '재택근무'라는 말이 나왔다는 자체를 두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포스코가 '워크 스마트'의 일환으로 가장 먼저 시행한 것이 '1쪽짜리 보고서'다. 직원들의 하루 업무 시간 중 1/3 이상이 문서 작성에 매여 있기 때문이란 이유가 붙었다.
정 회장은 보고서 작성에 '3스텝(step)과 3S 원칙'을 제시했다. '3스텝'은 1쪽짜리 보고서를 세 부분으로 나눠 첫 부분에는 보고 목적과 핵심 결론, 두 번째는 결론의 이유, 세 번째는 향후 계획을 담게 했다.
3S는 '표현을 짧게하라'는 'short' '이해가 쉽게 하라'는 'simple' '뜻을 명확하게 하라'는 'specific'을 강조했다.
포스코는 작년 11월부터 임원과 외근이 잦은 마케팅 직원 등에게 모두 1500대의 스마트폰을 지급했다.
포스코 이상춘 홍보팀장은 "올 2월 스마트폰을 지급받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3개월 간의 업무 효과를 조사한 결과 신속한 의사 결정과 즉각적인 정보 획득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얻었다"며
"중간관리자와 일반직원에도 지급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포스코 직원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타사 제품과 다른 점이 있다. 출장, 근태, 비용 결제가 가능하도록 애플리케이션을 보충해 말 그대로 언제 어디서나 업무 결제가 가능하다.
최근 포스코는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있다. '스마트 제철소'를 만들기 위해 유무선 통합망을 시범 구축하고 지난 6월 현장 근무자를 대상으로 2700여 대의 스마트폰을 지급하며 제철소 운전과 정비 통합 시스템을 시범 가동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는 이와 함께 모바일 오피스 확산을 위해 오는 9월 말까지 1만6000여 대의 스마트폰을 전 임직원에게 제공하는 등 모바일 오피스 개념을 넘어 효율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스마트한 사무공간과 제철소를 만들 계획이다.
이 팀장은 "운전 정비 통합시스템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갖고 현장에 붙어 있는 RFID 태그를 스캔하면 해당 설비에 대한 점검내용이 표시되고, 점검 결과 역시 현장에서 해결할 수 있다"며 "이를 활용하면 약 30%의 업무 단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KT 이석채 회장은 취임 초기 '스피드 경영'을 강조했다.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일처리를 스피드하게 하란 뜻이다.
그래서 KT가 도입한 게 '화상회의 시스템'이다. 회장실은 물론, 사업부서 임원, 전국 42개 지역 마케팅과 법인 등 주요 임원실에는 어김없이 화상 시스템이 설치됐다.
덕분에 KT는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였다. 산출 비용만 연간 130억 원 이상이다.
출장으로 드는 비용 약 44억 원은 줄이고, 업무생산성은 높아져 40억 원을 벌었다. 여기에 국내 회의 중 20%를 화상회의로 대체함으로써 연간 25만 톤의 탄소 배출을 줄임으로서 53억 원가량의 비용을 감소시켰다.
'스피드 경영'이 강조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마트 경영'에도 탄력이 붙었다. 워크 스마트 바람이 기업의 스마트 경영으로 발전하는 형국이다.
KT '스마트 경영'의 시발은 'KT 피디아(Pedia)'다. 'KT 피디아'는 2009년 1월 이 회장이 취임하면서 "부서 간의 벽을 없애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자는 뜻"에서 제창했던 말이다. 이 회장은 미국의 온라인 영어사전인 '위키피디아(wikipedia)'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한다.
'KT 피디아'는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직원에게 실용적인 업무 방식을 가르쳐 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회계를 모르면 아는 직원이 댓글을 통해 회계 매뉴얼을 제공하고, 법을 모르면 같은 방식으로 다른 직원이 필요한 메뉴를 제공했다.
이 회장의 아이디어는 크게 히트를 쳤다. KT 관계자는 "직원들이 업무 수행을 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나 제안사항을 한데 모아 'KT idea wiki'를 만들었는데 운영 3달 만에 제안건수 1만2000건, 조회 수는 47만 건을 넘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전 영업점 화상으로 연결
우리은행은 지난 4월부터 해외점포를 포함한 전 영업점을 화상으로 연결해 회의를 갖고 있다. 이를 통해 각 영업점과 본사가 음성, 문자, 자료 등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은행의 화상회의 시스템은 인터넷이 연결된 PC와 PC카메라, 컨퍼런스폰 등 개인장비를 이용해 온라인으로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통합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회의 참가자들은 PC로 다양한 화면 분할과 다자간 음성 대화를 할 수 있다.
특히 각종 회의나 연수로 발생하는 국내외 출장 횟수와 비용을 줄이고 화상회의를 통해 그린IT경영을 추구함으로써 범 세계적인 저탄소 녹색성장에 동참하게 됐다고 우리은행 측은 자평했다.
홍현풍 IT지원부장은 "금융권에서 고비용의 장비와 전용회선으로 특정장소를 연결해 진행하는 화상회의는 있었지만 은행 내의 저비용 통신망을 활용해 전사적으로 도입한 것은 처음"이라며 "경비 절감 및 업무 효율성 증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평했다.
삼성 '자율출근제' 가정·직장 만족도 향상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그룹도 '스마트 경영'의 선두주자다. 1993년 이건희 당시 삼성그룹 회장은 직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조기 출퇴근제를 시행했다. 그러면서 "마누라를 빼곤 다 바꾸자"며 체질 개선을 촉구했다.
작년 삼성전자가 자율출근제를 시작했지만 이 회장이 지난 3월 현직에 복귀하면서 '자율출근제'는 전 사업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효율적인 업무로 똑똑한 성과를 올리라는 채찍을 가한 셈이다.
지난 4월 삼성전자에 처음 도입된 자율출근제는 삼성SDI, 삼성LED, 삼성코팅정밀소재에 이어 8월 삼성석유화학과 삼성BP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
'자율출근제'는 출퇴근 시간을 정하지 않고 개인의 계획에 따라 하루 8시간의 근무 규정만 지키면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율출근제는 가정과 직장에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는데 효과적"이라며 "업무의 집중도가 높고 창의적 업무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룹 전체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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