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심오한 영국 축구리그의 세계
영국 축구의 태동
7월 20일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아시아투어의 일환으로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FC서울과 친선 경기를 가지면서 여름의 축구 열기를 한층 더 달구었습니다. (영국에서 TV로 생중계를 안 해주고 인터넷 속도 또한 너무 느려서 경기를 보지 못했습니다)
|
실망스런(?) 경기 결과는 둘째치고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라는 영국 팀을 응원하는 팬 숫자가, 전신 팀이 1984년에 창단되어 벌써 20년이 넘게 우리나라에 뿌리를 내려온 FC서울이라는 한국 팀의 팬 숫자를 압도한다는 것이 우리의 많은 국내 축구팬들을 씁쓸하게 만들기도 했었죠.
|
더욱 씁쓸하게 만드는 것은 최근 막을 내린 피스컵 13경기에 거의 30만 명의 관중 (경기당 평균 2만여 명) 이 몰렸다는 것인데 인데 이것은 웬만한 국내 K리그 팀도 이루기 힘든 관중수 죠.
아예 경악스러운 것은 5만여 명이 찾은 결승전 팀들을 보면 한국 팀은커녕 볼튼은 처음으로 내한하는 팀 이고 리옹은 겨우 ' 3번 ' 온 거가 전부라는 것이죠.
이렇게 한번도 본적이 없는 외국 팀 이 어떻게 수천 마일 떨어진 우리나라에서 이런 압도적인 관중을 동원하게 되었을까요?
돈일까요?
돈으로 좋은 선수 긁어 모으는 것은 런던의 어떤 팀이 좋아하는 방식이지만 그 팀은 시즌 회원권을 제발 사달라고 광고를 때릴 정도로 (그 팀 국내 팬 분들에게 죄송하지만) 영국 내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반면에, 어떤 팀은 10년을 기다려야 시즌 회원권을 살 기회가 주어질 정도로 팬이 많은데 이 팀은 그 위에 팀보다 돈이 많지 않죠. (전 가입한지 4년이 됐으니 아직 갈 길이 멀군요)
그럼 전통과 역사일까요?
창단 이래 1부 리그, 심지어 2,3부 리그에도 가보지 못한 100년 넘은 팀은 영국에 수두룩합니다. 제 친구가 입학하는 대학의 지역 팀인 AFC본머스는 1899년에 창단되었지만 평생 1부 리그에 발도 들여보지 못한 팀입니다. 하지만 저번 시즌 3부 리그에서 겨우 강등을 면한 이 팀은 평균 관중수가 8천명이나 되고 이 사람들은 한번도 팀을 바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숫자는 맨유와 비교할 것이 못 되지만 관중 동원력은 동등하다고 해야겠죠?)
팀의 돈이나 전통이나 역사로 관중 동원이 설명되지 않는다면 무엇일까요?
팀 하나 하나만을 보지 않고 그 나라의 축구 시스템 전체 를 보면 답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축구 시스템과 영국 시스템은 처음 시작한 시기만 비교해도 거의 100년 차이 가 나며 이것은 처음부터 비교가 불가능한 영역입니다.
영국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알기 위해 1,2부에 걸쳐서 영국 축구의 간단한 역사와 현재 구조를 소개하겠습니다. 영국이 우리보다 다른 건 몰라도 축구 인프라 면에서는 몇 수 위라는 것을 빨리 인정하고 오히려 그 엄청난 노하우를 빨리 흡수하고 우리 나라 식에 맞춰서 더 단기간 안에 영국을 앞질러야 한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현대 축구의 시작
|
축구를 조금 아는 분들은 축구를 영국에서는 풋볼(Football) , 미국에서는 싸커(Soccer) , 이렇게 불린다고 보통 알고 계실 겁니다.
영국 축구의 역사는 바로 이 풋볼(Football)이라는 단어 하나에 함축되어 있습니다. 영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나 역사수업 같이 줄줄 설명해 드리는 것보다 이 단어에 대해 깊게 숙고해보는 것으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인간이 존재하기 시작한 때부터 무언가를 발로 차는 놀이는 존재했었습니다. 길거리에 깡통 같은 게 놓여져 있으면 은근히 차고 싶은 욕구나 깡통을 쓰레기통에 버릴 때 직접 손으로 넣지 않고 던져 넣고 싶은 욕구 같은 것입니다.
풋볼(Football)
은 우리나라 말로 대충 직역 (Foot = 발, Ball = 공) 하면 " 발과 공 " , " 발로 공차기 " , 즉 발과 공을 사용하는 모든 놀이 를 통틀어서 쓰는 단어입니다.
그러나 이 뜻은 " 무조건 " 발로 공을 차야 한다는 뜻은 아니죠.
현대에 말하는 축구라는 것이 생기기 전에는 각 국가, 그 국가 내 지역, 그 지역 내 마을이 고유의 " 발과 공을 사용하는 " 놀이 (이제부터 편의상 " 축구 " )가 있었습니다.
영국을 예로 들자면, '이튼' 같이 식민지 시대의 엘리트들이 다니던 사립학교와 대학교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유형의 축구가 생겨났습니다.
손과 발 둘 다 쓰는 축구, 발만 쓰는 축구인데 인원 제한이 없다거나 파울이란 것이 거의 없다거나 등등.. 그러니 다른 학교들간에 축구 경기를 하고 싶으면 언제나 룰이 달라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캠브리지 대학에서 상당수의 학교 대표들이 모여서 축구 규칙을 통일했고 이 축구 형태를 " Association Football " (직역하면 " 공동 축구 " )라고 명명했으며, 이것이 현대 축구의 룰이 됐습니다. (이 미팅은 나중에 축구협회(Football Association, FA) 창설에 제일 결정적인 역할을 했죠.)
최근까지만 해도 영국에서는 " 축구 " 하면 노동자 계급들만 보는 스포츠로 인식되어 왔는데 원래는 엘리트 자제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시작됐다니 아이러니 하죠?
축구 클럽
|
< 레알 마드리드 로고 >
영국 옛 시절에는 사교 클럽(Social Club) 이 많이 존재했습니다. 지금도 길을 가다 보면 사교 클럽을 간간히 볼 수 있는데요, 어떻게 보면 영국 특유의 문화입니다.
같은 계층들끼리 클럽을 형성해 아예 건물을 지어서 클럽 회원은 누구나 들어와서 즐길 수 있도록 한곳이 많았는데, 우리 나라로 보자면 더 심오하고 체계화된 동아리 모임이나 사교 모임 이라고 보면 되네요.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여러 가지 형태의 축구를 즐긴 학생들은 졸업하고 나서도 동창들과 축구를 계속 하기 위해 축구를 하는 모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사교 모임이 영어로 소셜 클럽(Social Club) 이라고 부르면 축구를 하는 모임은 뭐라고 부를까요?!
빙고! 바로 풋볼 클럽(Football Club) 입니다.
이것이 지금의 축구 구단 을 지칭하는 단어인 풋볼 클럽 의 시초입니다. (예를 들어 FC서울의 FC가 바로 그 약자입니다.)
지금까지 어떻게 축구가 생겨났고, 이것이 어떻게 축구 클럽을 생겨나게 했는지 부족하나마 짧게 설명을 드렸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영국 축구 리그의 창설과 현재 축구 리그의 구조'를 간단하게 설명 드리겠습니다 ^^ 이렇게 간단한 설명에 허무해 하시는 독자 분들을 위해 짤막한 부록을 추가했습니다
위에서 영국인들이 축구를 전세계적으로 전파했다고 얘기했었죠?
|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AC 밀란, 인터 밀란, 데포르티보, 레알 마드리드]
이들은 축구를 전파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의 그 유명한 축구 구단들을 창단하기도 했는데 밀라노의 영국인 유학생들은 AC밀란 을 창설했고 ('AC밀란'이 영국인과 이태리인 회원만 받아서 열 받은 밀라노에 사는 외국인들은 " 인터내셔널 " 한 클럽을 만들자고 해서 인터밀란 이 생겼죠) 코린디안스 란 영국내 축구 클럽은 브라질 지점을 차렸고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영국 본점은 몰락한 반면, 브라질에서는 잘나가죠..^^) 옥스포드와 캠브리지 대학 졸업생들은 스페인에서 공부하면서 레알 마드리드 를 창설했지만, 반대로 영국에서 공부한 스페인 사람은 본국으로 돌아와 데포르티보 를 창설했습니다.
신기하죠?